빈 원도심 상가를 시험 매장으로 바꿀 때다
공공이 빈 점포의 확보·수리·임대료를 나눠 부담하면서, 원도심에서는 부동산을 직접 가진 회사가 아니라 공실을 빠르게 찾아 시험 입점과 장기 정착까지 운영하는 작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2026. 9. 21. 발행
건물을 고치는 비용을 공공이 나눠 낸다
공공이 빈 점포의 확보·수리·임대료를 나눠 부담하면서, 원도심에서는 부동산을 직접 가진 회사가 아니라 공실을 빠르게 찾아 시험 입점과 장기 정착까지 운영하는 작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 추진하는 ‘원도심 RE:CORE 프로젝트’는 빈 건물을 수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창업자와 문화예술인이 들어와 일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쇠퇴지역 가운데 기존 도심이나 부도심이 대상이다. 공개된 가이드라인안은 주요 가로에 접한 1년 이상 공실 상가를 최소 10호 확보하고, 사업 구역을 15만 제곱미터 이내로 묶도록 제시한다. 아직 계획안이므로 선정 수와 세부 기준은 최종 공고에서 달라질 수 있다.
지역 한 곳에 들어가는 총사업비는 4년간 최대 364억8,000만 원이고, 이 가운데 국비는 최대 242억4,000만 원이다. 평균을 내면 한 지역에 해마다 약 91억 원이 투입되는 규모라서 점포 몇 칸의 도배나 간판 교체가 아니라 공실 상가, 유휴건물, 거리 환경과 문화행사를 함께 다룰 수 있다.
지방정부는 점포를 매입하거나 장기간 빌리고, 건물주와 상생협약을 맺어 작업실·창업공간·공유사무실·짧게 여는 시험 매장으로 바꿀 수 있다. 입점자의 임대료도 사업기간 중 지원할 계획이지만 공개 자료에는 임대료 지원 비율과 월 한도가 명시되지 않았다. 사업 뒤에는 임대기간과 임대료 인상 상한을 포함한 최소 10년 운영계획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보도자료는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2022년 상반기 6.7%에서 2026년 상반기 8.5%로 제시했지만, 정부 카드뉴스는 2022년 수치를 6.6%로 표기했다. 상가 100곳을 놓고 보면 빈 곳이 일곱 곳가량에서 아홉 곳가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사업은 2027년 착수를 목표로 하며, 공간을 확보한 뒤 실제 입점자를 찾고 계속 운영하는 일이 곧 필요해진다.
공간보다 먼저 막히는 것은 운영이다
직원 네 명인 지역 문화행사 기획사 대표를 떠올려 보자. 이 회사가 지방정부의 요청을 받아 빈 점포 10곳을 조사하려면 골목을 돌며 주소와 사진을 모으고, 건물주 연락처를 찾고, 공실 기간과 보증금·수리 범위를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같은 내용을 지도, 문서, 계산 파일에 여러 번 옮겨 적는다.
건물주가 사용에 동의해도 바로 입점자를 받을 수는 없다. 전기와 수도가 켜지는지, 화장실과 소방시설을 쓸 수 있는지, 식품 판매가 가능한지, 열쇠는 누가 보관하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점포마다 조건이 달라 담당자가 바뀌면 앞서 나눈 전화 내용부터 되짚게 된다.
입점자를 모집한 뒤에는 일이 더 잘게 쪼개진다. 의류 판매자는 주말 두 번을 원하고, 공예가는 한 달 작업실을 원하며, 음식 판매자는 수도와 조리시설을 찾는다. 일정과 용도가 맞지 않아 비어 있는 점포가 생기는 한편, 인기 있는 한 점포에는 신청이 겹친다.
예전에는 이래서 못 했다. 작은 운영사가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점포마다 보증금·임대료·수리비를 먼저 부담하고, 여러 건물주와 따로 계약하면서 입점 실패 위험까지 떠안을 수 없었다.
이제 공공이 점포 확보와 수리비의 큰 부분을 부담하면 운영사는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빈 점포의 상태와 사용 가능일을 한곳에 모으고, 입점 희망자의 업종·기간·필요 시설을 받아 맞는 공간을 추천하며, 계약과 열쇠 전달 일정을 관리하는 일이다.
같은 대표는 아침마다 열 개의 계산 파일을 열지 않고 지도 위 점포 상태부터 본다. ‘건물주 협의 중’, ‘수리 필요’, ‘다음 달 사용 가능’, ‘장기 입점 협상 중’처럼 상태를 나누고, 입점 신청이 들어오면 가능한 점포만 골라 연락한다. 행사가 끝나면 매출, 방문객, 다시 입점할 의사와 장기계약 여부를 이어서 기록한다.
그래도 사람 손에 남는 일은 많다. 건물의 안전 상태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건물주와 임대조건을 협상하며, 영업 허가와 계약의 법적 문제를 판단하는 일은 화면이 대신할 수 없다. 서비스의 역할은 판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묻고 옮겨 적는 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해외에서는 시험 입점을 장기계약으로 잇는다
샌프란시스코의 ‘Vacant to Vibrant’는 시 경제·인력개발국과 비영리기관 SF New Deal이 도심 공실과 소상공인·예술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초기 입점자는 3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않고, 인허가·보험·점포 정비와 운영비 지원을 함께 받는다.
SF New Deal의 2024년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 점포 17곳 가운데 10곳이 장기 임대차로 넘어가 전환율이 60%였다. 2024년 보고서 기준 팝업 매장에는 누적 14만7,000달러, 약 2억600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단순히 며칠 문을 열었는지가 아니라 정식 임차인이 되었는지를 성과로 삼은 사례다.
‘Seattle Restored’는 시애틀시와 지역 운영기관이 빈 상가를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지역 사업자와 예술가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공간뿐 아니라 보험, 홍보, 사업계획과 임대차 교육을 지원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는 장기 임대로 연결한다.
운영기관의 자체 집계에는 장기 임대차 27건과 참여 사업자의 매출 약 46억2,000만 원이 제시돼 있다. 부동산 관리회사 15곳과 협력해 10개 지역에서 공실 29곳도 확보했다. 점포 등록, 입점자 모집, 시험 운영과 장기계약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도시 관광·경제진흥기관 FWTM이 공실을 확보해 지역 브랜드에 보통 3주에서 4주, 길게는 3개월 동안 시험 매장으로 제공한다. 입점자는 할인된 임대료로 오프라인 고객 반응을 보고, 건물주는 장기 임차 후보를 실제 영업 과정에서 살필 수 있다.
FWTM은 2024년 발표에서 최근 4년간 시험 매장 9건을 운영했고, 참여 브랜드 5곳이 도심 상설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큰 공간 중개망부터 만든 것이 아니라 몇 개 점포에서 짧은 입점을 반복하며 상설점 전환 사례를 쌓은 방식이다.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네 가지
1. 공실 확보 관리판
빈 점포의 위치·공실 기간·건물주 동의·수리 상태·사용 가능일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서비스다. 공실 10호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지방정부 담당자와 지역 운영사가 쓴다.
여러 점포의 사용 권한을 증명해야 하는 사업이 시작되므로 지금 필요하다. 첫 화면에는 사업 구역 지도와 함께 ‘확보 완료’, ‘협의 중’, ‘연락 필요’, ‘수리 필요’ 점포 수를 놓는다.
2. 짧은 시험 매장 연결 서비스
온라인으로만 팔던 지역 브랜드와 며칠 또는 몇 주 비어 있는 점포를 연결한다. 첫 오프라인 판매를 해 보려는 식품·의류·공예 판매자와 장기 임차인을 기다리는 건물주가 이용자다.
공공이 공간 확보와 수리비를 부담하면 처음부터 장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판매자도 시험할 수 있다. 첫 화면에는 희망 날짜, 판매 품목, 필요한 수도·전기 시설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입력하는 칸을 둔다.
3. 행사와 동네 가게를 함께 예약하는 지도
전시·공연·시장 행사를 주변 식당, 공방, 숙소의 예약이나 혜택과 연결하는 서비스다. 원도심 행사를 맡은 기획자와 행사 날 손님을 받고 싶은 골목 가게가 쓴다.
문화행사 제작비가 들어가도 방문객이 행사장만 보고 떠나면 주변 상권에는 효과가 남지 않으므로 지금 필요한 연결이다. 첫 화면에는 날짜별 행사 동선과 참여 가게, 예약 가능한 시간,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4. 열쇠와 수리 요청 운영소
입주·퇴거 일정, 열쇠 인계, 전기·수도 상태, 청소와 수리 요청을 점포별로 관리하는 서비스다. 여러 공실을 대신 운영하는 지역 회사와 짧게 입점하는 창작자·판매자가 쓴다.
시험 입점이 잦아지면 계약 성사보다 교체 때마다 생기는 현장 업무가 더 큰 부담이 된다. 첫 화면에는 오늘 입주·퇴거할 점포, 돌려받지 못한 열쇠, 처리하지 않은 수리 요청과 다음 예약을 놓는다.
오늘 확인해 볼 것
가까운 비수도권 지방정부의 도시재생 담당 부서나 원도심 지원센터 한 곳에 전화해 공실 10호의 건물주 동의, 수리 상태와 사용 가능일을 현재 어디에 기록하는지 물어보자. 서로 다른 문서와 전화 메모를 다시 모아야 하거나 담당자가 바뀌면 현황을 곧바로 알기 어렵다는 답이 나오면, ‘공실 확보 관리판’부터 작게 시험해 볼 만하다.
출처
참고한 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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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New Deal 2024 Annual Impact ReportSF New DealVacant to Vibrant의 지원금, 활성화 점포 수와 장기 임대 전환 실적을 참고했다. 운영기관 자체 보고 수치다.https://sfnewdeal.org/sfnd-admin/wp-content/uploads/2025/08/SFND-2024-Annual-Impact-Report.pdf?utm_source=openai
- Seattle Restored Our ImpactSeattle Restored장기 임대차, 참여 사업자 매출, 공실 확보와 부동산 관리회사 협력 실적을 참고했다. 운영기관 자체 집계다.https://seattlerestored.org/about/our-impact/?utm_source=openai
- Pop-up Stores in FreiburgFreiburg Wirtschaft Touristik und Messe프라이부르크 시험 매장의 운영기간과 상설 매장 전환 사례를 참고했다.https://business.freiburg.de/en/focus-topics/cultural-and-creative-industries/pop-up-stores?utm_source=open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