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한 가지 반복 업무를 고치는 도구
공공기관 인공지능 시장에서는 거대한 통합 시스템보다 직원이 매주 반복하는 한 가지 일을 작게 고치고 사람이 확인한 기록까지 남기는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2026. 10. 28. 발행
직원이 직접 고른 업무에서 시작했다
조달청은 2026년 2월부터 디지털공정조달국장을 팀장으로 직원 26명이 참여하는 인공지능 개발 전담팀을 운영했다. 외부 업체에 모든 개발을 맡기지 않고, 업무를 아는 직원이 불편한 일을 고르고 개발에도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조달청이 9월 11일 공개한 첫 결과는 인공지능 서비스 7종이었다. 조달 법령 상담, 보도자료와 인사말 초안 작성, 반복 공문 작성, 국회 요구자료 배정과 검색, 법령 관계 검색, 할 일 알림처럼 매일 되풀이되는 일이 중심이었다.
10월 20일에는 내부 ‘조달 AI 포털’에서 인공지능 도우미 10종과 업무 프로그램 12종, 모두 22종을 활용 중이라고 발표했다. 참여 직원 26명과 비슷한 수의 도구가 나온 셈이며,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보다 여러 개의 작은 도구를 만든 모습에 가깝다.
예정가격 작성, 입찰 참가 자격 분석, 계약 통합 관리, 공사 단가 비교, 추천 제품의 중복 검토도 포함됐다. 다만 이 도구들은 국민에게 공개된 서비스가 아니라 조달청 직원이 업무망 안에서 쓰는 내부 도구다.
여기서 도구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떤 일이 줄었는가다. 조달청 발표에는 이용 직원 수, 업무별 절감 시간, 오류율, 담당자가 고친 비율이 담기지 않았으므로 효과는 앞으로 별도로 측정해야 한다.
큰 시스템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막힘을 고친다면
가상의 인물로 직원 70명인 지방 공기업 계약팀의 이수진 대리를 생각해 보자. 이 대리는 사업부서가 보낸 구매 요청서를 받아 참가 자격, 적용 규정, 비슷한 계약, 공문 형식을 확인한다.
지금은 요청서의 사업명과 금액을 점검표, 계약 관리 파일, 공문 초안에 세 번 옮겨 적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전 계약을 찾고 규정의 최신 문장을 확인한 뒤, 빠진 서류를 사업부서에 다시 물어보는 데 시간이 간다.
병목은 문장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자료가 흩어져 있다는 데 있다. 규정은 한곳, 과거 계약은 다른 곳, 점검표는 개인 폴더에 있어 경력이 짧은 직원일수록 무엇부터 봐야 할지 알기 어렵다.
모든 기관이 전 직원을 위한 거대한 인공지능 시스템부터 사야 한다는 전제가 틀리다면 승자는 달라진다. 기관 전체를 바꾸겠다는 업체보다, 이수진 대리가 매주 반복하는 한 가지 일을 찾아 입력 자료와 결과물, 최종 확인자를 연결하는 작은 도구를 만드는 쪽이 유리하다.
달라진 화면에서 이 대리는 ‘입찰 참가 자격 검토’를 고르고 구매 요청서를 넣는다. 도구는 확인할 요건, 관련 규정의 문장과 시행일, 비슷한 과거 계약, 빠진 정보를 한 화면에 보여주고 공문 초안까지 준비한다.
그래도 참가 자격이나 예정가격을 확정하는 일은 사람에게 남는다. 예외 규정을 해석하고, 오래된 사례를 버리고, 기업에 영향을 줄 결정을 승인하는 것은 담당자와 결재권자가 해야 하며 도구가 자동으로 결론을 보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만들 만한 것은 인공지능 자체만이 아니다. 어떤 업무부터 고칠지 찾는 도구, 근거 문서를 함께 보여주는 답변함, 직원이 고친 내용과 승인자를 남기는 기록장, 도입 전후의 시간을 재는 측정 도구가 함께 필요하다.
먼저 움직인 정부들이 고른 시작점
싱가포르 정부의 ‘페어’는 2023년 정부 해커톤에서 시작한 공무원용 인공지능 비서다. 문서 작성·요약 기능과 맞춤형 비서 생성·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공식 성과 화면에는 2026년 2분기 월간 이용자 9만8,527명과 과업당 평균 81분 절감이 표시돼 있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자체 계산한 수치지만, 공통 도구 위에 업무별 도우미를 얹는 방식이 큰 조직에서도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는 2024년 9월부터 12월까지 12개 기관 공무원 2만 명에게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시험했다. 문서 초안, 회의 요약, 전자우편 작성처럼 여러 부서에 공통된 일을 먼저 다뤘다.
공식 보고서는 이용자가 하루 평균 26분을 아꼈다고 답했으며 이를 연간 약 13일로 환산했다. 동시에 복잡한 자료와 정책의 맥락을 다루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사람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는데, 범용 도구만으로 개별 업무가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영국 리즈 시의회는 도시계획 허가 검토라는 좁은 업무에 ‘자일로 코어’를 시험했다. 신청서 확인, 정책과 과거 사례 검색, 보고서 초안을 돕되 모든 제안은 자격을 갖춘 심사관이 검토하고 승인하도록 했다.
영국 지방정부협회 사례에는 3개월 시험에서 심사관 한 명이 일주일에 약 하루를 아낀 것으로 소개됐다. 도구가 한 행동과 심사관의 수정·승인을 기록하도록 한 점도 중요하며, 빠른 초안과 책임 있는 결정을 분리한 사례다.
여기서 만들 수 있는 네 가지
1. 반복 업무 병목 지도
- 무엇을 하나: 직원 인터뷰와 기존 서식을 받아 반복 입력, 자료 검색, 승인 대기를 한 장의 업무 지도로 바꿔 준다.
- 누가 쓰나: 계약 담당자가 서너 명뿐이라 새 시스템을 직접 기획하기 어려운 지방 공기업과 출연기관이 쓴다.
- 왜 지금인가: 직원이 작은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됐어도 무엇부터 고쳐야 하는지 고르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관찰이 필요하다.
- 첫 화면: 업무 이름, 한 주 반복 횟수, 옮겨 적는 곳, 참고 문서, 최종 승인자를 입력하는 다섯 칸을 놓는다.
2. 근거가 붙는 규정 답변함
- 무엇을 하나: 질문에 답하면서 적용 규정의 정확한 문장, 시행일, 원문 위치를 함께 보여주고 모르는 내용은 담당자에게 넘긴다.
- 누가 쓰나: 출장비와 구매 규정 문의를 전자우편으로 반복해서 받는 공공병원 총무팀이 쓴다.
- 왜 지금인가: 조달청과 해외 기관 모두 규정 검색을 초기 업무로 골랐으며, 답변만 생성하는 것보다 근거를 함께 보여주는 구조가 사람의 확인에 알맞다.
- 첫 화면: 질문 입력창 아래에 답변, 근거 문장, 시행일, 담당자에게 문의하기 단추를 나란히 둔다.
3. 사람의 최종 확인 기록장
- 무엇을 하나: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 직원이 고친 부분, 참고한 문서, 최종 승인자와 승인 시각을 건별로 남긴다.
- 누가 쓰나: 직원이 만든 인공지능 도우미를 다섯 개 이상 여러 부서에 배포하려는 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가 쓴다.
- 왜 지금인가: 작은 도구가 빠르게 늘수록 누가 어떤 근거로 결과를 확정했는지 설명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 첫 화면: 오늘 처리한 건마다 원문, 인공지능 결과, 수정 내용, 승인 상태를 차례로 보여준다.
4. 도입 효과 측정 꾸러미
- 무엇을 하나: 도입 전후의 처리 시간, 수정 횟수, 다시 문의한 건수, 직원 만족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다.
- 누가 쓰나: 석 달짜리 인공지능 시험 뒤 계속 운영할지 결정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혁신 담당자가 쓴다.
- 왜 지금인가: 도구의 개수와 사용 횟수만으로는 업무가 빨라졌는지, 오류가 줄었는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첫 화면: 측정할 업무를 고른 뒤 도입 전 열 건과 도입 후 열 건의 시간과 수정 결과를 입력하게 한다.
오늘 30분 안에 확인할 것
계약이나 총무 담당자 한 명에게 전화해 최근 일주일 동안 세 번 이상 반복한 일 하나와 마지막에 반드시 사람이 확인한 항목을 물어보자. 같은 입력과 결과가 반복되고, 참고 문서가 정해져 있으며, 최종 승인자를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면 작은 도구로 시험해 볼 만하다.
출처
참고한 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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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달청 직원이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 7종 공개조달청전담팀 구성, 운영 시작 시점, 초기 서비스와 업무망 개발 환경에 사용했다.https://www.pps.go.kr/kor/bbs/view.do?bbsSn=2609110021&key=00634&utm_source=openai
- 조달 인공지능 포털 현업 활용 도구 발표조달청인공지능 도우미 10종과 업무 프로그램 12종 및 대표 적용 업무에 사용했다.https://www.pps.go.kr/kor/bbs/view.do?bbsSn=2609110021&key=00634&utm_source=openai
- 정부기관용 페어 제품 소개싱가포르 정부기술청서비스의 시작 배경, 대상 이용자와 맞춤형 도우미 공유 방식에 사용했다.https://www.tech.gov.sg/products-and-services/for-government-agencies/productivity-and-marketing/pair/?utm_source=openai
-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범정부 실험 결과영국 정부참여 기관과 인원, 시험 기간, 시간 절감 추정과 업무상 한계에 사용했다.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microsoft-365-copilot-experiment-cross-government-findings-report
- 리즈 시의회 도시계획 인공지능 시험 사례영국 지방정부협회3개월 시험과 심사관의 주간 절감 시간 사례에 사용했다.https://www.local.gov.uk/case-studies/leeds-city-council-and-xylo-transforming-planning-ai